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손흥민의 존재를 알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최초 득점왕, 프리미어리그 최다골,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골, 한국의 유럽 대회 역대 최고 득점자,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 등등 한국 최초의 기록들을 남기며 축구판을 흔든 월드클래스 선수이다. 하지만, 유독 한 사람만 그가 월드 클래스임을 부정하고 있는데 그는 바로 그의 아버지 손웅정이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우리 흥민이 절대 월드 클래스 아닙니다', ' 남자는 뭐? 자신감!'이라는 말로 유명해진 그를 오랫동안 궁금해왔다.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단단해 보이는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떻게 손흥민이라는 선수를 길러냈는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준비하던 시험이 끝나고 서점에 들렀을 때 우연히 그의 책을 보고는 홀린 듯 집어 들어 그 자리에서 한 시간 정도 몰입해서 책을 읽었다. 책을 두 번 읽은 이 시점에서 내가 느낀 감정을 정리하려 책 리뷰를 남긴다.
담박하다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상태를 뜻하며 손웅정을 정의하는 단어 그 자체이다. 손흥민이 함부르크에서 최연소 득점 기록을 갈아치운 그날, 손웅정은 아들의 컴퓨터를 압수해 버렸다. '화무십일홍', 열흘 동안 빨간 꽃은 없다는 말로 인생이 항상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없다는 뜻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혹해서 다가온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항상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음을 그는 선수생활 중에서 깨달았을 것이다. 오늘의 성공에 취해 내일을 게을리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오늘 잘한 일은 마음에 새기고 그저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함을 아는 그의 태도는 말 그대로 담박하다. 손흥민 다큐멘터리에서 그가 집안에 온갖 상들을 다 치우고 창고 안에 넣어둔 것도 그의 이러한 마음가짐을 반영한다. 겸손을 거듭 강조하며 '손흥민 월드클래스설'을 유일하게 부정하는 그에게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축구선수에서 축구코치로
어릴 적 충남 서산에서 3남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우연히 교회에서 주최한 축구대회에 나갔다. 스카우트들에게 눈에 띈 그는 운명의 장난처럼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 고향을 떠나 춘천 기숙사에 살며 풍족하지 못한 환경에서 축구를 시작한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열정으로 훗날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결국 프로에 입문하게 된다. 하지만, 28살에 아킬레스건 파열이란 부상으로 축구의 꿈을 접고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던 그는 아들 둘이 축구를 하고 싶다고 결심한 것을 듣고 선수가 아닌 코치로 축구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 본인이 프로 때 느끼던 부족함이 기본기 부족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아들 둘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물론, 축구가 끝나면 다시 따듯한 아버지로 돌아왔다. 훈련 후 아버지는 나를 사랑하신다는 믿음을 아이들에게 주었다고 한다. 감정에 휘둘려서 혼을 내지 않았고, 인격을 훼손하지 않았다. 이것을 지키지 못하는 아버지들이 많은데 그 균형을 어찌 유지했는지가 궁금했다. 내가 생각한 그의 비법은 그의 독서 습관에 있었다.
삶이란 해전에서 책은 함선과도 같다
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손웅정은 책을 사면 삼독을 한 후 독서노트에 옮겨 적어 반복해 읽고 익혔다고 한다. 망각곡선에 따르면 시람응 오늘 배운 것은 1시간이 지나면 50%를 까먹고 하루가 지나면 70%를 까먹는다. 그렇기에 그는 시간이 지날 때마다 독서노트를 반복해서 읽어 체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 주는 지혜와 경험은 무궁무진해서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나는 생각한다. 일신우일신의 자세로 독서를 하셨기에 항상 깨어있었고 그렇기에 균형을 잘 유지한 것 같다. 손웅정은 아들이 축구선수뿐만 아니라 훌륭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100권 정도의 책을 읽고 30권을 선별해 주었다고 한다. 보통 애정이 없인 그리고 보통 철학 없인 할 수 없는 행동이다. 결국 독서가 그의 삶을 지탱해 주는 근간이 되는 것임을 알았고 그 깨달음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의 아버지를 보면 왜 그가 월드클래스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한 말이 읽는 중 내내 떠올랐다.
명언
이 외에도 너무나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다. 꼭 책을 사서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중에 내가 감명을 깊게 받은 말들이 있는데 이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 인파출명저파비(人怕出名猪怕肥) : 사람은 이름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 : 백 리를 가는 자는 구십 리를 반으로 생각한다.
-인생여백구과극(人生如白駒過隙): 인생이란, 문틈 사이로 흰 말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순식간이다.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기는 방법은 머릿속으로 고민하기보다 정직하게 몸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미칠 수 있다.
- 소유한다는 것은 곧 그것에 소유당하는 것이다. 소유물에 쏟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우리는 도리어 무엇을 잃고 있는 것이다
- 감사한 마음, 그래서 조심스러운 마음. 운칠기삼, 모든 것은 운이 좋아 이루어진 일이기에 삶 앞에서 겸손함 마음. 초심을 지키는 마음이 내게 중요하다.
-모든 경쟁은 결국 자기 자신을 넘느냐 마냐에 달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훌륭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결국 죽음에 다가간다는 뜻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삶이 복잡할 필요가 없고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농부의 마음으로 365일 파종하지 않으면 열매를 거두기 어렵다.
-보이는 위쪽보다 보이지 않는 아래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즐거움과 행복이다. 매 순간 행복하면 된다.
-기회라는 것은 아주 조용히 온다. 그리고 기회는 악착같이 내가 만들어야 한다. 미래가 나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책을 읽으며 예의주시하며 관찰해야 한다.
-오늘 하루를 양심껏 살았으면 저녁에 발 뻗고 잘 수 있다. 간단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면 된다.
-사랑한다면 순간순간에 충실해야 하고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임은 일차적으로 대상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이것이 시간의 밀도를 다루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인생은 영원하지 않기에 한순간도 허투루 쓸 수 없으며 그냥 흘려보내서도 안 된다.